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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 ‘수학’으로 집을 짓다
희망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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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6. 15:17:09
가우디, ‘수학’으로 집을 짓다
바르셀로나 성가정 성당
[사진 1] 바르셀로나 성가정 성당
19세기 말, 스페인은 근대 산업국가로 전환되고 있었습니다. 이 즈음 아메리카 대륙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이들이 고향으로 돌아왔고, 시대에 발맞춘 기술과 산업을 이끌었던 자본가들이 상류사회에 등장하면서 사회구조도 크게 흔들리고 있었죠. 새 시대를 대표하는, 말하자면 청바지에 티셔츠를 걸친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들이 등장한 건데요. 이런 흐름 한 가운데 건축가 가우디가 있었습니다.
당시 많은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자연이 갖는 역동성과 다채로움을 담고자 했는데요. 그 중에서도 가우디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식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의 대표작인 구엘 공원, 밀라 주택, 성가정 성당이 바로 이 시기의 작품이죠. 화려한 색채와 장식, 너울거리는 형태를 가졌지만 사실 이 건축물들은 수학적인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가우디의 건축물이 엄밀한 수학적 결과물이라니 언뜻 들어서는 이해가 되지 않죠. 하지만 수학은 단순히 ‘수’가 아니라 ‘양, 구조, 공간, 변화 등의 개념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수학의 눈으로 보자면 가우디의 건축은 ‘기하학적 모델을 통해 도출한 합리적 구조체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파리에 전시된 구엘 공원의 기울어진 기둥 도면 구엘 공원의 기둥
[사진 2] 파리에 전시된 구엘 공원의 기울어진 기둥 도면 [사진 3] 구엘 공원의 기둥
1910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첫 해외전시에서, 가우디는 자신이 최근 구엘 공원에서 사용한 ‘기울어진 기둥’을 전시했습니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 고딕 건축에 대한 도전이라 볼 수 있었는데요. 파리는 고딕 건축, 흔히 ‘균형의 기적’이라고 불리던 가장 합리적인 구조체계가 탄생한 곳입니다. 고딕 건축에서는 모든 기둥을 수직으로 세웠는데요. 이것은 미학적 이유를 따른 것이었죠. 반면, 가우디의 기울어진 기둥은 벡터 값으로 계산된 하중을 버티기 위해 설계된 것으로, 수학적 엄밀함이 필요했습니다. 중력의 반대방향으로 쌓은 돌들은 스스로 서지만, 하중의 방향으로 기울인 돌들은 어딘가에 기대지 않으면 설 수 없습니다. 또 마주하는 힘이 서로 다를 경우 그 균형은 언제든 깨질 수 있습니다. 다양한 힘의 균형을 맞추는 일 자체가 상당히 복잡한데요. 가우디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늘어뜨린 줄로 만든 ‘다중 현수선 모형’을 사용합니다.
가우디가 발명한 다중 현수선 모형
[사진 4] 가우디가 발명한 다중 현수선 모형
가우디가 발명한 이 다중현수선 모형은 아치에 흐르는 힘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데요. 이를 통해 복잡한 균형 관계를 몇 가닥의 벡터들로 분해할 수 있습니다. 늘어진 선들로 이루어진 이 벡터들은 서로 기대어, 서로를 버티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한 쪽이 약해지면 다른 쪽에 영향을 주는 구조입니다. 다시 말해 이 구조는 각 기둥의 구조적 성능과 무게가 정확히 계산되지 않으면 지을 수 없는 방식이죠.

그런 가우디에게 또 다른 숙제가 있었으니 바로 한 줄기로 올라와 여러 가닥으로 나뉘는 기둥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성가정 성당에서 이것을 해결합니다.
성가정 성당의 내부 기둥
[사진 5] 성가정 성당의 내부 기둥
나뭇잎 사이 스며든 빛으로 가득한 숲 속과 같은 풍경. 환상적인 빛과 형태로 빚어진 성가정 성당 내부는 얼핏 자연을 그대로 모사한 듯 보입니다. 실제로 가우디는 작업실 너머 보이던 플라타너스 나무에서 이 기둥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이 기둥에 자연의 겉모습만 담긴 것은 아닙니다. 이 기둥은 엄밀하게 계산된 하나의 수열로 완성됐죠.
사진6 사진6 사진6
[사진 6] 위아래 꼭지점이 8개인 기둥의 윗부분을 좌우 양방향으로 회전한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두 입체의 교집합으로 하나의 기둥을 만든다.
이 교집합 기둥의 윗부분 꼭지점은 16개가 된다.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양방향으로 꼬인 기둥’이라고 불리는 이 기둥은 기본적으로 3토막으로 구성됩니다. 각 토막의 너비와 높이는 그 바닥의 꼭지점 개수와 연동되죠. 성당 내부의 기둥들은 기둥 둘레의 꼭지점 개수에 따라 각각 6, 8, 10, 12개를 갖는 4 그룹으로 구분되는데요. 이 기둥은 위로 올라가면서 좌우 양방향으로 회전하는 꼭지점들의 궤적에 따라 만들어지기 때문에, 윗 토막의 꼭지점 수는 아래 토막의 2배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두 번째 토막은 12, 16, 20, 24, 세 번째 토막은 24, 32, 40, 48, 최종적으로 세 번째 토막 윗부분은 48, 64, 80, 96개의 꼭지점을 가지기 때문에 거의 원형에 수렴하고 있죠.
성가정 성당 기둥의 구조
[사진 7] 성가정 성당 기둥의 구조

왼쪽은 성당에 사용된 4개의 기둥이다. 오른편 쪽은 8개의 꼭지점을 갖는 기둥을 보다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제일 아래 있는 기둥 받침의 높이는 꼭지점 개수의 10분의 일에 해당하는 0.8미터, 그 위 토막은 꼭지점 개수와 같은 8미터, 그 위에는 4미터, 2미터로 1/2씩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둥 전체의 높이는 꼭지점 개수의 두 배인 16미터이다
각 토막의 높이는 올라갈수록 반이 됩니다. 두 번째 토막의 높이는 첫 번째 토막의 반이며, 세 번째 토막은 그 반의 반이 되는 셈이죠. 첫 토막의 높이를 x라 한다면 기둥 전체의 높이는 ‘(1+ ½ + ¼)x’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준이 되는 높이 ‘x’는 각 기둥의 꼭지점 개수에 해당하는 ‘6m, 8m, 10m, 12m’를, 그 지름은 0.x를 취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 성당의 모든 부분은 간단한 정수 비를 이루게 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가우디가 자신의 작업실 앞에 있던 플라타너스를 보고 만들었다는 이 기둥을 단순한 자연의 모사라고 할 수 있을까요? 만약 그 플라타너스 나무가 기하학적으로 해석되지 않았다면 그 형태는 건축이 요구하는 엄밀성과 복제 가능성을 충족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숲을 연상시키는 성당의 내부공간은 ‘기하학이라는 수학의 눈을 통해 재해석된 자연’이라고 할 수 있죠.
또 다른 방향에서 보자면, 이 체계를 통해 만들어진 성가정 성당의 각 부분은 간단한 정수비를 갖게 됩니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너비와 길이, 높이 등 우리 눈에 들어오는 모든 부분의 치수가 서로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는 셈인데요. 이 광경을 보면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가 자신이 살던 모든 세계가 숫자로 이루어진 것을 눈으로 확인하던 그 장면이 떠오릅니다. 건축가 가우디 역시 우리 눈앞에 자신이 돌로 지은 자연을 선보이며, 그 속에 엄밀한 수의 조합을 숨겨 놓았습니다.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가우디가 그 숫자 가운데 담으려 한 것은 어쩌면 이 모든 세계를 프로그래밍한 절대자의 모습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병기
  • 가우디의 모교인 바르셀로나 공과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 현재 스페인권 건축과 건축이론에 대한 출판을 전문으로 하는 <아키트윈스>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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